결혼이 우선인가, 사람이 우선인가
이 러한 결론은 결혼의 신학적인 의미를 살펴볼 때 다시 한번 확증된다. 우리는 먼저 결혼에 대해서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결혼이 우선인가? 사람이 우선인가?” 안식일에 관한 예수님의 말씀을 여기에 적용해본다면, 결혼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지 사람이 결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윤리적으로 볼 때 이혼의 문제보다 더 높은 차원의 도덕 법칙이 존재하는 것이 분명하다. 인간의 존엄성, 인간 속에 있는 하나님의 형상의 유지와 보존과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결 혼은 하나님이 제정하신 것으로 신성한 것이다. 그러나 결혼 관계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결혼의 영속성은 스탠리 그렌츠(Stanley J. Grenz)가 언급했듯이 ‘하나님의 실재를 반영하는 남성과 여성의 공동체를 확립하는 더 높은 목표에 이르는 수단’인 것이다. 그러므로 결혼에 대한 하나님의 의도와 계획을 거부하는 죄와 악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형식상의 결혼 상태를 유지하려는 것보다는 더 큰 원리를 세워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옳다. (각 사람에게 있는 하나님의 형상의 존엄성 회복, 평화의 회복, 더 완전한 인간으로의 성장)
결 혼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결혼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이유는, 인간의 존재가 결혼보다 우선이고, 독신(청년기나 사별 후의 독신)이 인생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며(그러므로 결혼 기간은 일시적이다), 천국에서도 결혼은 사라진다는 점에서 결혼은 유한한 것이기 때문이다. 결혼은 상호 약속이다. 그러므로 일방이 결혼의 본질을 형성하는 중대한 조건을 어겼을 경우에 이미 결혼 관계는 파탄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서 있다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이해한다면 결혼과 이혼도 율법주의보다는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이해하는 것이 옳다. 이런 점에서 완고한 율법주의는 오히려 예수님의 가르침과 상반된다.
이 것을 한국적인 상황에 적용해본다면, 남한과 북한으로 갈라져 생이별을 한 부부, 배우자가 경제적인 이유로 가정을 버리고 오랫동안 집을 나가 연락을 끊거나 생사가 불투명할 때, 배우자가 가정생활을 유지할 의무를 장기간 저버려서 결혼 서약이 심각하게 파괴된 경우, 배우자가 폭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하여 상대방 속에 있는 하나님의 형상을 심각하게 파괴할 경우에는 이혼이 허용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 물론 모든 문제는 원리뿐만 아니라 상황 속에서 판단해야 한다. 각 개인들과 교회가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어떤 경우에도 이혼에 관한 객관적이고 불변하는 지침을 만들어 율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이상의 현실화를 위한 노력
(1) 결혼 약속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한 노력
결 혼과 이혼에 관해 생각할 때 무엇보다도 먼저 하나님의 의도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나님의 섭리로 결혼 관계에 들어간 사람들에게 이혼은 권리가 아니다. 아무리 상대방이 죄를 지어도 그것이 이혼할 권리를 주는 것은 아니다. 결혼 생활이 쌍방적이라면 이혼도 쌍방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혼은 쌍방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 불과하다. 결혼에 대한 하나님의 원대한 계획에 비추어볼 때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아주 작은 일이다.
그 러므로 이혼은 두 사람 모두 하나님의 계획을 성취하는 데 실패한 것에 대한 인정이다. 공식적으로 이혼한다는 것은 결혼이 이미 깨어졌고 하나님의 목적이 좌절되었다는 것을 선언하는 의미 그 이상이 아니다. 이혼했기 때문에 결혼이 실패하는 것이 아니다. 거기까지 이르렀을 때 이미 결혼은 깨진 것이며 공식적인 이혼 선언은 그것을 드러내는 것에 불과하다. 이런 점에서 이혼은 하나님의 뜻을 성취하지 못한 죄라고 볼 수 있다.
그 러므로 어떤 경우에도 결혼을 지속하기 위한 노력을 최대한 경주해야 한다. 세속의 흐름에 굴복하여 너무나 쉽게 이혼이라는 수단으로 달려가는 것을 피해야 한다. 하나님 안에서 화해하고 평화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필요하다면 공동체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종종 두 사람의 관계 문제는 공동체 속에서 평화롭게 해결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2) 이혼에 대한 교회의 책임
여 기서 교회 공동체의 역할이 나온다. 한국교회에 이혼이 많다는 것은 역으로 한국교회의 비공동체성과 교회 사역 범위의 편협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하나님은 남녀 두 사람이 공동체와는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결혼생활을 영위할 것을 의도하지 않았다. 교회, 공동체, 형제와 자매들 속에서 우리를 구원하신 하나님은 결혼 생활도 그 속에 있을 때에만 완전해질 것임을 아셨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혼 문제는 개인의 문제이기 이전에 공동체의 문제다. 이혼은 개인의 실패일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실패인 것이다.
그 러므로 교회는 이 책임을 자신의 사역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 책임은 단순히 파탄 일보 직전의 가정을 화해시키는 것에서 시작되지 않고, 좀 더 거슬러 올라가서 한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만나는 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교회가 결혼과 이혼과 관련해서 가르치는 직무를 잘 하는 것을 포함한다. 먼저 삶의 방향성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잘 해야 한다. 이기심을 제어하고 다른 사람을 섬기는 태도를 갖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 결혼 생활에서 일어나는 자아의 충돌이 성숙한 화해로 해결되지 않고 극단적인 파탄에 이르게 되는 것을 피할 수 있게 된다. 결혼을 염두에 둔 사람들에게는 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에 대한 교육과 결혼에 대한 하나님의 뜻과 계획을 이해하는 성경적이고 신학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결혼 생활은 사랑의 ‘감정’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사랑의 ‘행위’에 기초한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게 인식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마지막으로, 결혼 생활의 목적은 단순히 두 사람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에 관한 하나님의 원대한 목적을 이루는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이 혼은 결혼의 실패다. 그러므로 이혼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결혼을 향한 하나님의 뜻을 파악해야 한다. 부정과 금지는 하나님의 뜻을 성취하지 못한다. 하나님의 의도와 계획에 대한 적극적인 내면화만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한다. 그러므로 이혼에 관한 모든 논의는 우리를 ‘결혼의 이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바로 거기에서 남자와 여자 두 사람의 결합을 향한 하나님의 비전이 현실화되는 첫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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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원 하.나.의교회 목사 jshalom@naver.com
김 형원 님은 서울대학교와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후에 미국 고든콘웰 신학교에서 신학석사학위(Th. M)를, 트리니티 복음주의 신학대학원에서 철학박사학위(Ph. D)를 받았다. <복음과상황> 편집위원장을 역임했고, 현재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와 기독청년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하.나.의.교회(www.hanaui.net)’를 목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