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이 관건이다.


거룩이 관건이다.

구약성경의 창세기는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죄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인간은 어떻게 타락하고 하나님을 배반하게 되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이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구원을 베푸시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창세기 6장 이하에는 특히 인간의 타락과 그로 인한 하나님의 홍수심판 기사가 기록되어 있다. ‘부패’와 ‘포악'(창 6:11)이라는 단어로 당시 세상의 죄악상이 표현된다. 부패와 포악의 결과 사람들이 마음 속에 품는 생각까지도 하나님 앞에 악할 뿐이었고 마침내 파괴와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이 될 뿐이다. 

세상이 이렇게까지 악한 지경에 이르게 된 이유에 대해 창세기 6장 2절은 이렇게 설명한다.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자기들이 좋아하는 모든 여자를 아내로 삼는지라.” 

해석이 쉽지 않은 구절이어서 많은 견해가 분분하지만 일단 쉽게 말하자면 문제의 발단은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을 아내로 삼기 시작한 것이었다. 하나님의 아들이란 아벨에게 죽임을 당한 후 아담과 하와에게 주어졌던 셋이라는 아들의 후손을 가리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셋의 후손은 경건한 사람들이었던 반면에 사람의 딸들이란 동생을 때려죽이고 하나님의 앞을 떠난 가인의 후손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므로 이 구절은 경건한 하나님의 백성들이 하나님을 부인하고 대적했던 사람들과 더불어 짝하고 살아갔던 사실을 가리키는 것이고 이렇게 경건한 사람들이 경건을 상실했던 것이 세상에 죄악이 가득하게 된 계기였던 것을 말한다. 

우리도 노아시대 못지 않는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 성적 타락과 부도덕의 대명사 소돔과 고모라에서 행하던 일들이 오늘날 우리 시대에도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 

성경의 교훈은 우리는 비록 세상 속에 살고 있지만 세상의 가치관에 오염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세상 속에서 휩쓸려 적당히 즐기고 그 속에 섞여서 좋게 좋게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외롭고 어렵더라도 시대를 분별하고 하나님의 뜻을 추구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것이 하나님의 백성들이 걸어가야 할 삶이다. 

여호수아서를 보면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생활을 마치고 요단강을 건너며 가나안땅에 진입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요단강을 건넌 후 가장 먼저 했던 일이 무엇인가? 할례를 회복하고 유월절을 지키는 일이었다. 

할례는 하나님의 언약백성이라는 징표를 몸에 갖는 의미를 갖는 의식이었고 유월절은 이스라엘 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구원을 기념하는 절기이다. 그러니 그들이 가장 먼저 했던 일이 그들이 하나님의 언약백성이며 그렇게 살겠다는 자기정체성을 확인하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지금 전쟁을 앞둔 이스라엘 백성들이 사방에서 적으로 둘러싸인 가운데서 할례를 받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이었을까! 할례의 고통으로부터 회복되기까지는 무방비상태에 빠지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다. 

할례가 그렇게 긴급한 일이었는가? 그렇다. 그들에게는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정체성을 확인하고 회복하는 것이 다른 어떤 일보다도 긴급하고 근본적이며 중요한 일이었다. 

성경의 구속사를 통해 발견하는 결론은 간단하다. 하나님의 백성다움을 회복하고 지키는 것이 급선무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살아야 할 뿐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답답한 사회를 위해서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 

우리가 하나님의 백성다운 거룩함과 구별됨을 지키는 것이 개인적인 승리의 비결일 뿐 아니라 세상을 살리는 일이다.

노 대 준 (뉴헤이븐한인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