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네시모의 독백 – 마가의 벗은몸
이글은 시카고 그레이스 교회를 출석하는 김영언의 글이다. 그는 자신이 오네시모의 입장이되어 그시대를 둘러보는 “오네시모의 독백”이라는 글을 연속으로 쓰고있다.
잘 알려진대로 오네시모는 신약성경에있는 빌레몬서에 나오는 인물이다.빌레몬의 노예였던 오네시모는 바울의 간곡한 간청으로 자유의 몸이되어 바울의 곁을 지키다가 훗날 에베소교회의 지도자가 되고 그도 순교하게된다.
비슷한 시기에 마가복음을쓴 마가가 있는데 자신이 쓴 마가복음에 자신의 이야기가 2절에 해당하는 짧은글에 나타나있다.
마가의 모친은 당시 예루살렘의 부유층 이었고 마가는 로마에 유학한 지식층 청년 이었던 것으로 알려저있다.
예수께서 마가의 다락방에서 제자들과 만찬후 감람산으로 이동하실때 잠자리에 들었던 마가는 호기심으로 홋이불로 몸을 감싸고 그들을 따랐던것 같다. 오네시모가 그런 마가를 바라보고있다. <권문웅 기자>
사랑하는 친구 마가가 예수의 생애를 집대성한 책의 초안을 검토해달라고 보내왔다.
그리스어로 적힌 다소 투박한 글과 달리 예루살렘의 부잣집 아들 마가는 부드러운 음성에 타고난 성품이 유약하다. 그의 어머니집 다락방에서 예수사후 50일 제자들이 성령을 받아 방언이 터지고 이적을 행할때에도 그는 조용히 관찰하는 편이었다. 수완좋았던 어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바울의 첫번째 선교여행을 수행한 마가는 그러나 선교지에서 위협을 느껴 중간에 무단이탈하였고, 바울의 심한 반대로 결국 두번째 선교여행에는 삼촌 바나바를 따라 별도로 움직이게 되었다. 바울은 자신의 은인 바나바와 크게 다툰 이때 일을 후회하는 말을 내게도 종종 하였는데 그 원인을 제공한 마가의 연약한 심정에는 오죽했으랴. 마가 역시 이일을 두고두고 마음에 담아 지내던중 로마감옥에 갇힌 바울을 찾아와 큰 도움을 주었고 거기서 나를 만나게 되었다. 훗날 바울은 디모데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에서 마가를 데려와 보게 해 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마가를 사랑하였다. 마가는 바울만이 아니라 베드로와도 깊은 인연이 있다. 베드로의 비서이자 통역자로 노년의 베드로를 동행하면서 수제자가 기억하는 예수의 행적을 가장 잘 알게 되었다.
예수가 이 세상을 떠난지 30년이 넘어가면서 예수에 대한 기억들에 혼선이 생겨나고 있다. 직계 제자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오류를 바로 잡을 길이 없어져 간다. 심지어 예수의 고향 가버나움 쪽에서 만들어진것으로 보이는 파피루스에는 예수가 어린 시절 저멀리 인도에까지 가서 살았다는 예수가 살아생전 한번도 언급하지 않은 이상한 이야기까지 적혀 돌아다니고 있다. 그러다보니 소아시아와 마케도니아의 교회들에서 예수의 이야기를 더이상 구전에만 의지하지 말고 글로 남겨달라는 요청이 점점 들어오고 있었다. 이일에 적격인 친구 마가가 책임을 맡았다.
예수의 공생애가 이렇게 책으로 엮이는구나 감명깊게 읽던 중 예수가 체포되던 날을 적은 내용에 마가가 남긴 뜻밖의 구절에 잠깐 무슨 소리인가 하다가 박장대소를 했다. (저자주 – 마가복음 14장 50~52절 “제자들이 다 예수를 버리고 도망하니라 한 청년이 벗은 몸에 베 홑이불을 두르고 예수를 따라가다가 무리에게 잡히매 베 홑이불을 버리고 벗은 몸으로 도망하니라”) 언뜻 뜬금없어 보이는 이 짧은 에피소드속 벗은 몸으로 도망간 청년이 누구였겠나. 마가 본인이었겠지. 이 친구봐라. 그러니까 자기는 베드로도 도망가는 판에 그래도 끝까지 예수 옆을 지키다 잡힐뻔 했었다는 자랑을 굳이 넣고 싶었구나. 베드로와 바울의 그늘속에 평생을 살았으나 예수의 마지막에 함께 했다는 마가의 자부심과 그와중에 벗은몸으로 도망간 그의 유약함이 교차하며 떠올라 자꾸만 미소가 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