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실천신학회 세미나 ‘100세 시대’ 목회 어떻게 해야하나 예배는 소박하게…고령 성도들 ‘나는 필요한 존재’ 깨닫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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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실천신학회 세미나

'100세 시대' 목회 어떻게 해야하나

예배는 소박하게…고령 성도들 '나는 필요한 존재' 깨닫게…

‘백세 인생’이 가까워질수록 교회 목회자들의 고민은 커져만 간다. 젊은 세대들이 텅텅 비어가고 있는 교회가 어쩌면 사회의 노령화를 앞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한국실천신학회(회장 한재동 교수) 주최로 경기도 성남의 분당 예수소망교회(곽요셉 목사)에서 열린 세미나에서는 100세 시대를 앞둔 교회들이 어떻게 ‘실버 성도’들을 돌보며 공존할 수 있을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발제자들의 핵심 내용을 추렸다.

◇화려한 예배에서 소박한 예배로=안선희 이화여대(기독교학부) 교수는 한국교회가 고령의 성도들을 위해 추구해야 할 예배의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화려하고 장식적이며, 과장된 형식이 다분한 ‘맥시멀리즘(maximalism)’ 요소를 줄여야 한다”면서 “단순하면서도 소박한, 부수인 것을 덜어내고 본질에 충실한 ‘미니멀리즘(minimalism)’적 예배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단순함과 소박함은 은퇴와 더불어 경제적, 관계적 상실에 봉착하는 대부분의 고령자들이 지향해야 할 삶의 형태”라며 “이 같은 생활방식을 형성하는 데는 미니멀리즘적 예배가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맞닥뜨리게 될 교회의 재정적인 어려움에 있어서도 미니멀리즘적 예배로 전환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안 교수는 내다봤다. 교회에 나오기 힘든 초고령 신앙인들을 위한 배려도 필요하다. 안 교수는 “예배 시간에 자택 등 자신의 공간에서 교회가 배포해준 예배 자료에 따라 개인의 기도시간을 갖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면서 “신앙공동체의 한 구성원임을 고려한다면 우편이나 온라인·SNS보다는 심방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섬김의 주체로 세워드리자=“노인들의 사회생활은 노인 대학이나 노인 교실의 수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노인들의 관심이나 역량, 교육 수준에 따라 다양한 섬김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정재영(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의 제안이다.

그는 “인생의 경험이 풍부한 노인들은 교회뿐만 아니라 지역공동체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면서 “청소년 가장이나 소외계층의 양조부모가 되어줄 수 있고, 다문화·탈북자 가정을 위해서는 사회 적응과 정착을 도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교회를 주축으로 한 노인 중심의 협동조합 설립 등도 눈길을 끈다. 전남 장성의 백운교회는 노인학교를 중심으로 ‘행복한노인복지사회적협동조합’을 창립해 노인들이 다른 노인을 돌보는, 이른바 ‘노노(老老) 케어’를 시도하고 있다. 앞서 일본의 경우, 생협과 사회복지서비스를 결합한 ‘복지클럽 생협’을 운영하면서 지역사회의 섬김 주체로 활동하는 사례가 있다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공동체·배움 참여…‘나는 꼭 필요한 존재’ 깨닫도록=예수소망교회는 2013년부터 4년째 봄·가을로 ‘인생대학’을 운영 중이다. 교육 커리큘럼을 총괄하고 있는 이상훈(새세대아카데미) 선임연구원은 “‘인생대학’은 여생 가운데 ‘내가 꼭 해야 할 일이 남아 있고, 내가 꼭 필요한 존재구나’하는 사명을 일깨우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배움과 일, 봉사 3가지 트랙으로 진행하는데, 참석자 연령대는 40∼80대까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에서 취미나 여행, 교제 등으로 여가 시간을 보내는 식의 ‘노인대학’ ‘노인교실’ 등의 프로그램과는 구별된다.

인생대학의 주요 커리큘럼으로는 사라 모세 룻 욥 베드로 등 ‘성경 속 인물의 삶’이나 동·서양 인문 고전, 기독교 교리 특강 등이 있다. 학기마다 현장 방문과 워크숍, 특별새벽기도회 프로그램이 포함되기도 한다. 이 연구원은 “인생대학은 100세 시대를 맞이하는 교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 쌓아온 노하우를 한국교회와 지역사회 등과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각종 사건·사고·재난 등으로 교회 공동체에 어려움이 닥쳤을 때에도 ‘실버 성도’들에게 역할을 부여하자는 제안도 눈길을 끈다. 안선희 교수는 “사회적 재난 앞에서 두려움과 불안감을 느낄 때, 삶의 온갖 역경을 견디어낸 고령의 신앙인들을 위로·추모 예배나 예식의 한 순서자로 내세울 만하다”면서 “젊은 신앙인들의 정신적·신앙적 지지대 역할을 수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역할 없는 존재’에서 ‘역할 있는 존재’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각 교회마다 고령의 신앙인들을 위해 ‘생애주기 예식’의 개발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은퇴나 이주, 독립, (요양원 등의) 시설위탁 등과 같은 관계·육체·시간적 변화 시기에 이어지는 특별한 경험과 과도기적 순간을 의례화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이 같은 의례를 통해 고령의 신앙인들은 자신을 새로운 존재로 경험하게 된다”면서 “의미 있는 방법으로 주어진 시간에 질서를 부여하고 고립감을 느끼는 그들을 세계와 연결시켜준다는 측면에서 교회와 목회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성남=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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