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노아의 고뇌 부각 – “기독교적 인류 자유의지·구원 메시지 잘 담아내”


 

 

인간 노아의 고뇌 부각

“기독교적 인류 자유의지·구원 메시지 잘 담아내”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20일 개봉한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신작 ‘노아’가 공개되자 마자 논란에 휩싸였다. 성경 속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는 기대감에 극장을 찾은 일부 기독교인들이 “반기독교적”이라는 비난을 쏟아내는 까닭이다.
 
논란거리를 직접 확인하고 싶은 이들이 극장으로 몰리는 덕인지, 노아는 24일 현재 개봉 5일 만에 122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 몰이를 하고 있다.
 
‘ 블랙 스완’ ‘더 레슬러’ ‘레퀴엠’ 등의 작품을 통해 작가주의 감독으로서의 입장을 견지해 온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 할리우드 상업 영화 시스템 안에서도 할 말은 해 온 그가 과한 작가적 욕심과 메이저 스튜디오의 압력 사이에서 발을 헛디딘 것일까.
 
하지만 관계 전문가들은 오히려 영화 노아가 인류 구원의 메시지를 담은 성경적 가치를 기독교인뿐 아니라 일반 관객들에게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매체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녔다고 입을 모은다.
 
독 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종교신학을 공부한 철학 박사인 김진 예수나무공동체 대표 목사는 영화 노아에 대해 “전체적으로 성경에서조차 간단하게 다뤄져 타락한 인류가 벌을 받은 정도로 이해되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창조주의 심판과 구원이라는 측면에서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며 “창세기 노아 홍수 사건 하나만 부각시켰으면 이러한 메시지가 약화됐겠지만, 극 초반 천지창조 이야기와 인간의 타락 등을 적절하게 연결시킴으로써 노아 사건에 담긴 하나님의 뜻,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잘 담아냈다”고 평했다.
 
이어 “극중 노아의 인간적인 고뇌는 창조주의 뜻을 정확하게 읽어내기 위한 갈등과 고통의 성격이 짙은데, 신학자들조차 고민하는 성경의 몇몇 부분들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해결해 주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종 교 영화 ‘아 유 레디?(Are you ready?)’를 통해 현실 사회 문제를 외면하지 않는 기독교적 가치관을 조명했던 허원 감독은 “영화 노아는 성경이랑 다른 부분이 약간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성경에 기초해서 만들어졌다”며 “죄악을 저지른 것도, 그것을 선택한 것도 인간인 만큼, 세상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와 부조리는 결국 우리의 선택의 결과라고 말하는 성경 속 인간의 자유의지를 강조한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김 목사에 따르면 노아 홍수 사건의 중요한 메타포는 대홍수 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악하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는 심판하지 않겠다’는 창조주의 뜻을 인류가 이해했다는 데 있다. 극중 노아의 갈등과 고통을 통해 이 점이 제대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노아를 잔인하게 표현해 의인 노아를 왜곡했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이는 동화 등에 그려진 노아 이미지에 익숙하다보니 술 먹고 취해 널부러지기도 하는 등 성서 자체에 나타나는, 신이 아닌 인간 노아의 불완전성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영 화 `노아`의 한 장면.


허 감독은 “극중 감시자로 불리는 거인들은 성경 구절 가운데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을 사랑한지라’라는 구절에 바탕을 뒀는데, 여기서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부분에 대한 여러 신학적 해석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성경의 자유의지 메시지를 강조할 허구적 장치로 노아의 며느리를 한 명으로 압축한 것도 논란이 되는데, 기독교 근본주의 입장이나 성경의 내용을 바꾸는 것을 금기시하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이를 용납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감독이 말하려는, 현재에 발붙인 기독교적 가치 읽어야”


극중 뱀의 허물이 인류의 유산처럼 전해지는 것에 대해서도 기독교적이지 않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허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뱀의 허물은 선악과를 먹은 인류의 타락 사건을 기억하라는 장치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창세기 타락 사건에서 뱀이 아담과 이브를 유혹했다는 것은 사탄을 뱀의 형상으로 이미지화한 것일 뿐, 뱀이라는 동물 자체를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며 “예수님도 ‘뱀처럼 지혜로우라’고 했는데 그 당시 문화 안에서 뱀은 지혜의 상징이고 깨끗한 존재로 그려진다는 점에서 뱀 자체를 사탄화 시키고 극중 노아가 사탄을 등에 업은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성서에 입각한 해석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이들 두 사람은 극 말미 노아의 며느리가 실의에 빠진 노아에게 다가가 “창조주께서는 당신이 자비를 베풀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하는 장면에 이 영화의 메시지가 오롯이 녹아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허 감독은 “이 영화는 성경의 구절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을 짚어보고 있는데, 극중 심판에 이르게 되는 인류의 타락을 현재 우리와 유사하게 그려놨다는 데서도 이를 알 수 있다”며 “성서의 자유의지에 따라 영화 속에서 노아라는 인물이 고민하고 갈등하는 것들을 우리 사회에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인데, 정의롭고 자비로운 세상도 인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말하는 점에 공감했다”고 했다.
 
김 목사는 “그동안 인간의 욕망, 위기를 화두로 던져 온 감독의 문제 의식이 노아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모습인데, 이번에는 인간적 고뇌 자체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창조주와의 관계 속에서 해법을 찾으려는 시도로 읽힌다”며 “마지막 장면을 통해 인류의 구원은 사랑과 자비에 있다는 창조주의 뜻을 분명히 하는데, 결국 예술가들은 현재 이야기를 하려 한다는 점에서 감독이 바라본 기독교적 가치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jinuk@nocu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