겟세마네 동산에 서있는 3000년 된 올리브나무

겟세마네 동산에 서있는 3000년 된 올리브나무

 

성지순례를 하며 겟세마네 동산에 서있는 3000년 된 올리브나무를 만났다. 3000년 된 나무 앞에서니 ‘와!’ 하는 탄성 밖에 말문이 막혔다. 사진을 여러 장 찍어왔다. 오늘도 그 사진들을 보면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지난 수천 년 동안 펼쳐진 세계역사가 보인다. 

누가 보아도 이 고목나무는 지나간 길고 모진 세월을 견디어왔음을 직감하게 한다. 나무의 키는 그리 크지 않다. 한 5m쯤 되어 보인다. 나무 상단부는 작은 가지들과 옅은 은빛을 내는 여린 잎사귀들로 가려 있다. 몸통의 하단부는 나무라고 하기보다는 무쇠나 돌로 빚어낸 조형물 같다. 울퉁불퉁 튀어나오고 비틀어지고 뒤틀린 모습이다. 

철근과 시멘트 콘크리트를 서로 비벼서 더덕더덕 덮어씌운 것 같다. 수천 년 만고풍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나무 밑동의 둘레는 족히 8m도 넘게 보인다. 100년 200년이 아니고 3000년의 세월이 만들어 낸 흔적이 고스란히 나무 몸통에 남아있다. 

겟세마네 동산의 토질은 흙이 아주 얕다. 밑바닥은 모두 석회암과 현무암이다. 비는 겨울 우기에만 오고 다른 계절은 건조해서 식물들이 잘 자라지 못한다. 그러나 올리브나무는 다른 나무보다 생명력이 강해서 척박한 땅과 건조한 기후에 적응하며 천천히 자란다. 10년 정도 자란 후부터 매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올리브유를 제공한다.

바람에 작은 가지들이 흔들리고 잎사귀들이 나부끼면 오랜 세월 동안 지역을 휩쓸고 지나간 역사의 수레바퀴 소리와 병정들의 함성이 들리는 듯하다. 예루살렘성이 함락될 때 쓰러진 이들의 울부짖음이 들린다. 

목동 다윗이 기골이 장대한 블레셋 장수 골리앗을 넘어뜨린 승리의 함성도 들린다. 솔로몬이 예루살렘성에 성전을 건축하고 여호와께 헌화하는 기도소리가 들린다. 페르시아 군대와 알렉산더 군사들의 말 발굽소리가 귓전을 스친다. 고목에서 돋아나는 새순들이 팔랑거리며 오래된 이야기를 쏟아낸다.

예수는 종려주일에 올리브나무가 서있는 정원의 바로 밑에 있는 길로 입성했다. 많은 사람이 환영했다.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으로 가기 전에 피땀을 흘리며 기도했던 장소가 바로 이 올리브가든이다. 예수의 승천 장소도 이 근처다. 

그의 죽음과 부활의 사건 이후 2000년 세월이 지나갔다. 매일 일어나는 세상일을 목격하고 오늘까지 살아있는 증인은 이 올리브나무뿐이다. 오늘도 당당한 모습으로 순례자들을 맞이하면서 지나간 진실을 무언으로 들려준다. 오랫동안 사모했던 성경의 땅에 와서 살아있는 역사의 증인인 올리브나무를 만나는 기쁨을 어떻게 글로 다 표현할 수 있으랴. 

갈보리 언덕에서 예수가 십자가 처형으로 죽고 부활한지 300여 년이 지나서야 그가 전파했던 기독교는 로마제국의 국교가 되어 예루살렘으로 돌아왔다. 비잔틴 시대의 시작으로 기독교 성지는 회복되고 그 역사적인 장소마다 교회가 세워졌다. 그것도 400여 년을 지탱하다 쇠하여지고 아랍인이 다시 진격해 예루살렘을 함락했다. 

11세기부터 300년 동안 유럽 십가군들이 성지탈환이라는 명목으로 똑같은 역사를 반복했다. 중세 이후 오스만 터키가 세력을 얻어 400년을 지배하다 근세에 들어야 영국이 그들을 멸망시킴으로 오늘날 중동의 기초를 잡는다. 

다윗이 세운 통일왕국 이후로 수많은 나라가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예루살렘을 지나갔다. 그러나 한자리에 굳게 서서 3000년 동안 하나님의 구속역사를 지켜보아 온 이 올리브나무에게 심심한 경의를 표한다. 인류 구속사의 살아있는 증인이다. 이 올리브나무는 올 봄에도 어김없이 새싹을 내며 꽃을 피우고 있다. 열매를 맺는 것이다.

김바울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