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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늘성경

신학교를 다닐 때 교수님께서 "예수님은 누구에게나 반말을 하셨을까요?"라고 물어보셨습니다. 요한복음에 나오는 니고데모와의 만남을 해석하던 중이었지요. 예수님이 (아마도 나이가 꽤 많았을) 니고데모에게 "너는 이스라엘의 선생으로서 이러한 것들을 알지 못하느냐"라면서 막 야단치시거든요. 사실 그 때까지는 예수님께서 반말을 하시는 것에 대해 이상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이시니까요. 그런데 교수님의 질문을 듣고 나니 '어? 그러네? 예수님께서 이렇게 누구에게나 반말을 하시지는 않았을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존칭이 따로 없는 헬라어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예수님께 권위를 부여하다보니 예수님의 말씀을 모두 반말로 번역한 것입니다. (새번역, 쉬운성경, 현대인의 성경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영어를 번역할 때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지요. 예를 들어 부부가 대화할 때 영어로는 같은 문장을 사용해도 남편의 말은 반말로, 아내의 말은 존댓말로 번역하지 않습니까? 

 

   이번에 대한성서공회에서 새로운 번역성경을 출간했습니다. 이름은 '새하늘성경'이구요, '젊은이의, 젊은이에 의한, 젊은이를 위한 성경'이라는 문구를 달고 있습니다. 기존에 주로 사용되는 개역개정성경이 (개역한글에 비해서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젊은이들이 읽기에는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아서 새로 번역한 것이지요. 2011년부터 10년에 걸쳐서 각 교단의 40대 성서학자들과 국어학자들이 참여해서 함께 번역했다고 합니다. 일단 신약과 시편만 나왔구요, 구약은 2023년에 나온다고 하네요.

 

  예수님의 말씀을 존댓말로 바꾸었습니다. 예를 들어 베드로와 안드레를 부르실 때 개역개정에서는 "나를 따라오라 내가 너희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라고 말씀하시는데요, 새한글성경에서는 "나를 뒤따라오세요. 그대들을 사람 건져 올리는 어부가 되게 해 드리겠습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어떠세요? 권위가 부족해 보여서 아쉬우신가요? 아니면 친근해 보여서 더 좋으신가요? 재미있는 것은 부활하신 후에는 권위를 좀더 부여하기 위해서 다시 명령체로 바뀐다는 것입니다. 번역자들의 고심이 느껴지네요^^

 

  물론 예수님의 말투를 바꾼 것이 다는 아닙니다. ~도다, ~더라 등의 말투는 ~한다로 바꾸고 도량형도 km,kg의 현대식으로 바꾸고 지명도 애굽, 마게도냐를 이집트, 마케도니아로 바꾸었습니다. 혁신적인 것은 장애인에 대한 표현을 바꾼 것입니다. 맹인, 말 못하는 자를 시각장애인, 언어장애인으로 바꾸었지요.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더 관심이 가는 부분은 문장을 매우 짧게 끊어서 번역했다는 점입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한 문장이 50자를 넘지 않도록 했다고 하더군요. 사실 성경에 문장이 어렵고 긴 말씀이 많잖아요? 예를 들어 로마서 1:1 "예수 그리스도의 종 바울은 사도로 부르심을 받아 하나님의 복음을 위하여 택정함을 입었으니"를 "바울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님이 부리시는 종입니다. 사도로 부르심을 받아 하나님의 복음을 위해서 따로 구별된 사람입니다"로 바꾸었습니다. 어떠세요? 내용이 좀더 명확하게 다가오지요? 디지털 기기의 짧은 문장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훨씬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번역은 반역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번역은 매우 어려운 작업입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도 없구요. (지금도 개역개정을 사용하지 않고 개역한글만 사용하는 교회도 제법 많습니다.) 물론 옛것을 보존하는 것도 소중한 일이지만 시대와 호흡하는 것도 놓칠 수 없는 가치입니다. 그래서 계속 새로운 번역이 나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요. 어쨌든 다음세대가 조금이라도 더 쉽게 성경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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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영 기 목사 (한국 함께걷는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