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가운데 살며 신앙인의 길 보였던 이희호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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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전 이화여대 총장) 목사가 11일 오후 서울 신촌 세브란스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희호 장로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장 목사는 이 장로 장례위원장을 맡았다. 

 

“말씀 가운데 살며 신앙인의 길 보였던 이희호 장로"

기독교계 이희호 여사 추모 이어져

 

‘1세대 여성 운동가’이자 신실한 신앙인으로 살다 10일 별세한 이희호(97) 여사에 대한 교계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고인은 고 김대중 대통령과 결혼하기 전인 1959년부터 4년 동안 대한YWCA연합회 총무로 활동하며 여권 신장 운동의 초석을 놓았다. 한영수 한국YWCA연합회장은 11일 “이 여사는 축첩(아내 외에 첩을 두는 것) 반대 운동을 이끌면서 가족법 개정에 기여하는 등 남녀평등 운동의 새 지평을 열었다”면서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과 같은 젊은 여성들이 지도자로 클 수 있도록 후원하며 우리나라 여성운동의 기초를 닦았다”고 평했다. 



63년부터 서울 창천감리교회에 출석한 고인은 72년부터 90년대 초까지 교회학교 교사로 봉사했다. 91년 1월엔 장로가 됐다. 김 전 대통령을 위해 묵묵히 기도했던 고인은 80년 11월 사형선고를 받은 남편을 면회하면서 시멘트 바닥에 무릎을 꿇고 눈물로 기도했다.



박춘화 창천감리교회 원로목사는 “서글프고 기쁘며 안타깝다”고 아픈 마음을 털어놨다. 박 목사는 고인의 신앙적 동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 장로님은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일생 기도하셨는데 통일을 못 보고 떠나신 게 서글프고 신앙인으로 살다 천국 가신 일이 기쁘다”면서 “다만 임종을 지키지 못해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는 “고인은 날카로워 보이는 첫인상과 달리 다정하고 따뜻했으며 겸손했다”면서 “교회를 위해 많은 봉사를 하셨던 성실한 교인이었다”고 기억했다.



고인에게 성경을 배웠던 이 교회 황용배 원로장로는 “장로님은 주일 오전 10시에 시작됐던 장년 교회학교 교사였는데 학생들은 그 시간을 손꼽아 기다렸다”면서 “매우 성실한 선생님이었고 성경 지식이 풍부해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했다. 그는 “성경 말씀 가운데 사셨던 분으로 자신의 삶을 통해 신앙인이 걸어야 할 길을 직접 보여 주셨다”고 회상했다.



박종화 경동교회 원로목사는 고인을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로마서 8장 28절 말씀에 충실했던 신앙인으로 기억했다. 그는 “이 장로와 김 대통령이 추구했던 민주주의는 남녀, 종교 등 모든 분야에서 평등과 조화롭게 합력하는 것이었다”면서 “그는 양성평등과 같은 이슈에 기독교적 정신이 반영되길 바랐다”고 했다. 박 목사는 고인이 강조했던 ‘신앙고백형 통일운동’에 주목하자고 했다. 그는 “이 장로는 평화 정착이 통일을 이루기 위한 첩경이자 그리스도가 원하는 화해의 길이라고 여겼다”면서 “한국교회는 북한 문제에 있어 선교뿐 아니라 평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상근 KBS 이사장은 “시대와 역사를 온몸으로 감당했던 어른이었다”면서 “보수적 신앙인이었던 장로님은 모든 문제를 두고 기도했고 어떤 고난 앞에서도 신앙 안에서 절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삶을 살았던 어른의 정신을 따라 남은 우리가 신앙인으로 바로 서야 한다”고 했다.



발인예배는 고인이 56년 동안 신앙생활을 했던 창천감리교회에서 드린다. 그를 떠나보내는 마지막 설교는 신앙적 동지였던 박춘화 목사가 전한다.



장창일 김아영 황윤태 기자 jangci@kmib.co.kr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