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과 대화하고 노동하며 기도…
긴 고통의 시간 이길 수 있었다”
임현수 목사가 들려준 북한 31개월 억류생활
31개월간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임현수 목사가 13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미시소거에 있는 큰빛교회 주일예배에 참석했다. 교인들의 뜨거운 환호 속에 상기된 표정으로 강단에 오른 임 목사는 “나오기 15분 전에 (석방사실을) 알았다”며 “전 세계에서 여러분들이 기도해주신 덕분에 급작스럽게 석방이 결정됐고, 이는 하나님의 강권적인 역사하심”이라고 말했다. 임 목사는 “여러분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은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라며 “저한텐 꿈같은 일이고 아직도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듯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임 목사는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억류 생활을 증언했다. 그는 2015년 1월 북한의 취약계층을 돕고자 평양을 찾았다가 북한 당국에 국가전복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처음엔 검사가 사형선고를 내렸지만 제가 캐나다인이었기 때문에 죽일 수 없었다”며 “바울의 로마 시민권처럼 캐나다 시민권이 저를 살렸다”고 말했다. 그는 “판사가 최종적으로 종신노동교화명령을 내린 순간부터 하나님이 큰 평안을 내려주셔서 나오기까지 2년6개월9일 동안 변함없이 마음이 평안하고 두려움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수감 내내 독방에 있던 그에게 가장 큰 싸움은 외로움과의 투쟁이었다. 임 목사는 “2757번을 혼자 밥 먹었다”며 “아무도 말을 거는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주님과 밥 먹으며 대화하고, 노동하면서 기도했다”며 “끝이 안 보이는 긴긴 고통의 시간이었지만 주님과 나만의 시간으로 이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임 목사는 “아침 7시부터 최소 서너 시간 찬송 부르는 것으로 시작해 저녁 8시쯤 주일예배를 마쳤다”며 “그렇게 혼자 주일 예배를 드린 것이 130번이었다”고 말했다.
매일 8시간씩, 1분도 어김없이 총을 찬 군인들의 감시를 받으며 일했다. 임 목사는 “12월 추운 겨울에 얼어붙은 땅을 깨고, 곡괭이로 나무를 심기 위한 구덩이를 팠다”며 “언 땅이 어찌나 강한지 곡괭이 세 자루를 부러뜨릴 정도였다”고 했다. 발가락 10개가 새까맣게 동상에 걸리는 등 몸이 아파 두 달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복귀했다.
처음 1년간 성경은커녕, 북한서적 외에는 아무것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는 “‘김일성 회고록’ 등 북한의 유명한 책을 100권 이상 읽고 300편 이상의 영화를 보면서 북한의 70년 역사를 궤뚫어 보게 됐다”고 말했다. 1년 뒤 큰빛교회 노희송 목사와 아내가 보내준 성경을 읽을 수 있었다. 임 목사는 “영어로 1번, 한국말로 4번 성경책을 읽었다”며 “쓸 수 없어 성경구절 700개를 골라 외우고 찬송가 가사도 모두 외웠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좌절과 원망과 불만의 시간이 싹트려 할 때마다 하루도 쉬지 않고 하나님이 용기도 주시고 기쁨과 감사를 주셨다”며 “좌절하고 낙심했던 시간이 하루 이상 간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총리 전용기 4대 중 2대를 보내준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대니얼 장 국가안보보좌관 등 캐나다 정부와 자신을 위해 기도해준 전 세계인들에게 거듭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캐나다 공영방송 CBC뉴스가 페이스북 라이브로 예배를 중계하는 등 현지 언론들도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